호빠알바로 쇼부를 쳐봅시다

 

좋아.. 젊군. 쾌라-. 헌데 이보게. 호빠 알바부터 십여 년 전에 강호에는 한
기인이 있었네. 혹자는 그를 악인이라 하고 혹자는 그를 영웅이라 하니,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고 그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아미 기인밖에 없을 걸세… 그는,
쾌도 아니요, 강도 아닌 것을 자기 호빠 알바의 요체로 삼는 인물이었지…”

“쾌도 아니고 강도 아닌 것이라면…?”

“그의 검은 선악 아무 감정도 갖지 않은 것과 같았네.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벨뿐이었어. 한 명이든-두 명이든-백 명이든- 그가
하급무사든-절정고수든-심지어 무공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숱한 정사의
인물들이 단지 그에게 눈을 흘겼다던가, 그가 가는 길에 침을 뱉었다던가, 말을
불손하게 했다던가 하는 이유로 무주고혼이 되어 버렸지. 원한도 숱하게 사고 –
많은 이들이 그에게 피의 대가를 받아 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도저히 그를 이겨낼
수가 없었네. 그는 킬킬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허공을 긋듯이
칼춤을 추었네. 그 칼춤이 끝나면 그 자리엔 항상 시체가 뒹굴고 – 특별히 무엇을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살인행각은 무림인들의 공포가
되었네… 땅을 치고 이를 갈면서도 무림인들은 그를 죽일 수가 없었네. 쾌도
아니고 강도 아닌 것- 그의 무예의 요체는 바로 광(狂)이었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년의 두 눈은 점차 놀라움의 빛을 더해 갔다.

“노인장께서는 지금 혹시 광검(狂劍) 서귀(徐貴)의 일을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까?”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십 팔 년 전 호빠 알바을 떠들썩하게 해 놓고 세상을 등진 광검 서귀와 이 무덤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자네가 말한 그 광검 서귀라는 자가 저지른 살인의 희생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누워 있네.”

노인은 담담히 말했다.

“그럼 이 호빠 알바의 주인과 그 광검 서귀가 무슨 관계라도…”

“이 무덤은 광검 서귀의 아내 것이지.”

노인의 말에 긍정이라도 하듯이 때맞추어 쓸쓸한 황야의 바람이 무덤 주위를 쓸고
지나갔다. 모닥불의 불똥이 날렸다. 노인은 찔끔 눈을 감았다.

광검 서귀의 이야기는 아직도 무리에 경계의 표시로 회자되는 일이었다. 그는
정도, 마도, 사도 아니면서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 칼 아래 쓰러지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독불장군이었다고 한다. 그의 살인행각은 원한도 야심도 얽혀
있지 않은 순수한 광기의 소산이었기 때문에 어떤 무림인도 그 앞에서 안심할 수
없었다.

살인에 – 아니 그보다는 피를 보는 대결에 미친 자라고 하여 본명인 서귀 앞에
광검이라는 별호가 붙은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무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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